모든 것의 시작

2017. 7. 13. 01:162016/home sweet home

[2016/home sweet home] - preface

빈승율 (중앙대학교 건축학과, 24, 5년) 지금은 25살


느닷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아니다. 이것은 가족이 형성될 때부터 시작했다.

‘엄마 나 집 짓고 싶어’가 결국 여기까지 이끌었다. 나는 집을 짓고 싶었다. 우리가 어린 시절 늘 그렸던 박공 지붕에 문과 창문이 뚫려있고, 지붕엔 굴뚝이 달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오는 그 집 말이다. 다락에서 괴물들과 싸우고, 마당에서 벌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그 모습 말이다. 나는 그렇게 어렸을 때의 꿈을 그렸었다.

가족의 첫 터전 주거비가 2천 7백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나의 꿈과 가정이 만들어 졌다. 아버지의 직장을 따라 주거지를 옮겨 다니며 우리는 꿈과 현실, 그리고 집의 경제적 가치를 배웠다. 자식들이 성인이 되어 대학에 진학하고, 아버지의 직장이 또다시 이동했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다. 곧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갈 자식들과, 다가올 아버지의 정년 퇴직, 흩어져 있는 가족의 단상을 바라보면서 가장 먼저 수면위로 떠오른 문제는 주거였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경제 논리를 떠나 막막한 고민만 수년째, 아니 수십 년을 하시는 부모님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렇게 현실의 모습을 알아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무도 없는 7~8평의 공간에 홀로 남겨진 아버지와 여동생, 30평의 공간에서 혼자 식사하시는 어머니, 그리고 학교 기숙사에서 살아가는 나의 모습은 무엇인가? 그곳들을 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이 땅 위에 내 집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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