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face

2017. 7. 13. 01:142016/home sweet home

[2016/home sweet home] - 그래 현실, 말도 안되는

저는 넓대대한, 소위 못생긴 발을 가지고 있어 신발을 살 때 상당한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요즘엔 평소에도 편히 신을 수 있으면서 적당히 격식을 차려야 하는 때에도 신을 수 있는 신발을 찾고 있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날렵하고 예쁜 신발은 많지만 발에 맞지 않고, 발에 편안하게 맞는 신발들은 대게 너무 화려해서 꺼려집니다. 물론 저의 복잡다단한 취향을 완벽히 만족하는 기성화는 존재하지 않겠지요. 그래서 대부분 발에 편하게 맞는 신발을 발견하면 차분함과 격식을 포기하고 사고, 격식을 차려야 하는 날엔 불편함을 감수하고 구두를 신고 있습니다. 아마도 누구나 이런 과정을 겪어보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신발 하나를 고르는 데에도 디자인, 기능, 가격, 내구성, 구매 목적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합니다.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3요소인 의식주 중 의, 그 중에서도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신발을 고르는 데에도 이만큼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고 많은 시간을 고민합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직간접적으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주거환경에 대해서 우리는 신발을 고를 때만큼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고 세심하게 고민하고 있는지요? 또한 우리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거환경은 우리의 필요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가요?

물론 ‘주거’라는 대상을 먹고 입는 것만큼 가볍게 논할 수 없습니다. 주거에 대해 논하려면, 한번 결정되면 비교적 긴 기간 동안 결정을 바꿀 수 없는 점, 주거 시장만이 가지는 ‘입지’라는 요소가 있다는 점, 복잡한 시장논리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점 등을 이해해야 합니다. 특히, 의와 식에 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의 규모가 매우 커서, 먹고 입는 것과 동등하게 비교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요소를 고려하더라도, 우리가 마주하는 주거 환경은 다양한 대안을 가지지 못합니다. 우리 국민의 다수가 아파트에 살고 있고, 독립해서 살고 있는 대학생 혹은 사회 초년생으로 그 대상을 좁혀보아도 원룸, 기숙사, 하숙집, 그리고 고시원 등 몇 가지 유형으로 요약됩니다. 다양하지 못한 것은 주거 유형뿐만이 아닙니다. 각 유형별 구성을 보아도 대체로 비슷비슷한 구성을 확인 할 수 있고, 대학생이 마주하는 주거환경은 그 유형이 달라도 그 것이 제공하는 공간은 대동소이함을 알 수 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나라의 주거비 지출은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아마 대다수 분들은 불행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주거비용 지출이 올랐기 때문에 주거 시장에 다른 대안이 등장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그로 인해 다양한 대안적인 주거 형태가 나타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쉐어하우스를 전문적으로 경영하는 업체들도 점점 많아지고, 몇몇 가구들이 모여 조합주택을 짓고 공동육아를 하는 등 이전에는 없던 대안적 주거 방식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거주인이 지출해야 하는 주거비가 많이 올랐고 이를 모아보면 리모델링 혹은 신축과 같은 건축행위를 고려해볼 수 있는 정도가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새로운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백만 원쯤은 우습게 넘는 거대한 목돈을 보증금으로 걸고, 매달 50만원 정도의 돌려받지 못하는 고정 지출을 통해 대학생이 얻을 수 있는 방은 볕도 잘 들지 않는, 작고 열악한 반 지하 월셋방입니다. 사정이 좀 좋더라도 볕이 드는 원룸을 벗어나지 못하겠지요. 앞에서 언급 했던 대안적 주거공간인 쉐어하우스의 경우 주로 지상 층에 위치하고 있어 반 지하 보단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지만, 아직 하숙방과 차별화 되지 못하고 있거나 몇몇 괜찮은 곳들은 월세가 꽤 비싼 편입니다. 또한, 모든 경제적 부담을 뒤로하고라도, 청년의 주거는 열악함과 맞닿아 있습니다. 매 학기 혹은 매년 계약을 다시 해야 하고, 운이 좋아 재계약을 했어도 월세 및 보증금이 오를지도 모릅니다. 큰 비용은 아닐지 모르지만 매 학기마다 혹은 매년마다 이사 비용도 생겨날 것이고, 그 때마다 매번 집을 알아보기 위해 이곳 저곳에 위치한 방을 알아보기 위해 발품을 파는 노력도 들여야 합니다. 대학생 역시 주거에 지출하는 비용이 상당합니다. 그렇다면 대학생 주거비 지출도 새로운 건축행위를 시행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을까요? 그렇다면 대학생의 주거는 얼마만큼의 비용으로 얼마만큼의 필요를 담을 수 있는 공간이 될까요?

박태서 (중구민, 27) 이 형도 이제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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