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는 왜 환호를 받았을까

2017. 7. 13. 00:12essay/book

Hej! IKEA!


우리나라에 이케아가 들어온다는 이야긴 꽤 오래전부터 떠돌았다. 출점 예정일이 다가오자 업계는 업계가 풍비박산 난다며 상륙을 저지하려 난리도 아니었다. 우리는 2014년 상륙 후 3년이 지난 지금 단박에 업계 매출 3위로 올라선 이케아를 바라보고있다. 모두가 망한다는 우려는 절반정도만 들어맞았다. 거대 가구 유통 업체 (한샘, 현대 리바트 등)는 오히려 매출이 올랐고, 작은 영세 업체들은 디자인, 가격 경쟁력에 밀려 줄줄이 도산했다. 개장 후 첫 해 매출이 3080억에 육박했던 이 가구 공룡은 누구인지, 그리고 매출과 사람을 끌어당긴 힘이 어디에 있는지 이 책을 매개로 이야기 해보자.


일정 규모 이상 되는 국내 가구 업체 순리는 보통 다음과 같다. 부지 가격이 저렴한 교외에 땅을 사고 큰 창고를 하나 짓는다. 이 창고형 매장에 여러 유통 업체, 또는 단일 브랜드 완성품 가구들을 쭉 깔아 둔다. 그리고 이곳에 소비자들이 직접 방문해 가구들을 구경하고 구매한다. 배송은 당연히 용달. 그리고 아저씨들이 집까지 가구를 배송해주고 설치해준다. (도심에 매장이 있는 업체들도 도심에선 견적이나 상담만 가능하지, 실물을 보고 실제 가구를 구입하기 위해선 결국 소비자가 외곽으로 나가야 했다.)

이케아는 앞서 말한 한국 가구 업체 판매 전략과 다른 게 없다. 광명 역세권 개발 지구에 엄청나게 큰 부지를 선정 받고 거기에 창고형 건물을 크게 지었다. 그리고 가구를 쭉 깔아 두었다. 물론 전시된 가구들은 완성품도 있고 아닌 품목도 있지만 전체적인 포맷은 기존과 차이가 없다. 소비자들 관점에서 봐도 그렇다. 직접 차를 몰아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넓은 공간을 돌아다니며 제품을 보고 고른다. 구매한 뒤 직접 싣고 갈 수 없으면 용달 서비스를 이용한다. 설치가 어려우면 설치 서비스까지 추가로. 여기까지는 기존과 다른 구석은 눈 씻고 찾아도 없다. 굳이 찾자면 주차장이 실내라는 거?

 

 

하지만 여기에 2가지 차이점이 있다. 이 차이가 이케아를 새로운 곳으로 인식하게 만든 요인이다.

1.        희망을 팔고: 쇼룸

2.        불편함을 판다: 직접 운반 - 배송, 조립

미묘하게 달랐던 이 판매 전략은 국내 대형 가구 유통 업체들이 앞다투어 따라하게 만들었다. 쇼룸을 만들기 시작한 국내 대형 가구 브랜드들과 가상 환경에서 가구를 놓아보는 AR(증강현실)을 따라하는 한샘까지. 결국 이케아 영향은 기존 한국 가구 업체보다 더 크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기존 한국 가구 업체들에 쇼룸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주섬주섬 가구만 던져둔 모습과 반대로 이케아는 큰 가구부터 작은 소품까지 신경 쓴다. 일관된 구성으로 함께 세팅해 실제 사람 사는 공간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기에는 풍부한 가구, 소품 라인업과 한가지에 집중한 디자인 컨셉이 힘을 보탠다. 이케아는 대형 가구부터 소품까지 말 그대로 home furnishing을 제공한다. 거기에 더해 2016 9월부터는 식기류까지 판매해 집에 들어가는 대부분 소품과 가구를 커버한다. (전자제품과 몇몇 집기들만 제외하면 실내를 이케아로 채울 수 있다.) 또 다양한 스타일 라인업을 보여주는 국내 다른 가구 업체들과는 달리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으로 간결한 라인업을 보여준다. 단일 디자인 방향에서 재료와 마감, 디테일 차이로 다양한 서브 라인업이 나온다. 소비자들은 예산 범위, 분위기, 취향 등을 고려해 더 세밀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고민할 수 있다. (부엌 시스템에서 문짝과 개수대도 다른 서브 라인업 개체로 골라 조립할 수 있다!)

아무튼, 입구에서부터 펼쳐지는 쇼룸들은 침실, 부엌, 서재 등 다양한 방을 구성해둔 공간에서 매장 중간중간 실제로 중소형 주택까지 다양하다. 더 나아가 항목(침대, 서재 등), 가격별로 구성된 쇼룸만 섹션마다 최소 5개 이상. 쇼룸 분위기는 가구와 비슷한 재료와 소품을 사용해 일관성을 보여준다. , 구매자들에게 너희 공간도 이렇게 꾸밀 수 있어라는 희망을 제시한다. 부엌 섹션도 부엌과 다용도실, 심지어는 식당까지 함께 구성된 쇼룸도 있다. 한 술 더 떠 판매중인 이케아 소품(물병, 젓가락, 냅킨, 트레이 등)으로 채워 넣어 더욱더 풍부한 연출을 보여준다. 여기서 대다수 구매 예정자들은 아마도 강한 구매 동기를 체험한다.

 

쇼룸에서 셀프 서브 숫자들을 직접 적는다. 종이로 된 자를 이용하고 온 몸을 동원해 치수를 잰다. 촬영이나 스케치해온 공간 크기와 부분 치수를 가구들과 대조한다. 이곳을 지나 홈퍼니싱 파트, 소품을 파는 곳에서도 필요한 물품들을 직접 카트에 넣는다. 거친 동선과 불안한 카트를 끌고 셀프 서브 지역까지 내려가 쇼룸에서 고른 물건을 트레이에 싣는다. (무게는 보통 십수키로) 셀프 서브에도 없는 제품들은 직원들과 상담을 통해 구매를 진행한다. 불편함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구매한 제품을 직접 주차장까지 끌고 와 트렁크에 쑤셔 넣는다. 거기서 사용처까지 자체배송, 포장 해체, 조립을 한다. 쉬운 건 몇 분, 어렵거나 귀찮은 제품은 한 명도 아닌 두어 명이 달라 붙어 몇 십 분을 조립해야만 결과물을 볼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제품은 마감을 소비자에게 맡긴다.

이렇게 불편함으로 가득한 구매 방식과 준비, 조립, 그리고 사용까지.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면 나름 보람을 얻을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침으로 구매자들은 구매한 가구와 소품에 애정을 가지게 된다. 이케아를 처음 접한 주 고객층이 지갑이 얇은 젊은 세대이기에 이케아 입장에선 제품 그 자체 내구도가 좋으면 불리하다. 적당한 시간이 지나 하자가 발생해야 (그동안 사회에 정착하거나 승진하거나 여타 다양한 이유로 경제적 여유가 생긴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재 구매하거나 상위 라인업으로 갈아타는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철저한 계산보다도 애틋한 경험을 제공하여 진정한 고객 충성도를 만들어낸다.

 

 

결국 희망과 불편함은 경제적인 요소에서 맥을 같이한다. 이케아측에서 미리 조립해둔 가구는 쇼룸에서 보거나 체험한 뒤 구매 의사가 확정되면 셀프 서브 구역에서 사람들이 직접 가지고 가게 한다. 너가 이 가구를 이런 소품들이나 다른 가구들과 함께 배치하면 아마도 이렇지 않겠어?’ 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네가 만약에 이런 가구나 소품을 직접 고르고 선택했다면 집에 가져가 직접 조립해서 사용해봐까지.

풀어보면 이렇다. 희망은 쇼룸에서 얻어진다. 여기서 기존 가구 매장들에 비해 사용하는 면적은 훨씬 넓고 모든 가구들을 완제품 상태로 보여주는 방식은 다를 게 없다. 아니 오히려 비용 측면에서는 더 많은 지출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기존 가구매장과는 달리 설명하는 직원도 어떻게든 좋은 점만 부각해 매출을 올리려는 직원도 없기에 인건비가 줄어든다. 그냥 실체로 보여주며 판단은 각자가 하게 만든다. 더해서 적용 예시까지. ,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고르고 집어 들어 직접 조립하기 때문에 완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조립에 들어가는 인건비를 한 번 더 절감한다. 그리고 도매상 마냥 쌓아 둔 소품들은 유통과 물류를 고려했다. 뜯어 보면 최소 면적, 부피에 최대 용적과 효율을 담아내어 가장 많은 제품을 담을 수 있도록 한다. 여기서 한 번 더 비용 절감. 핵심 소비 심리 공략(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직접 결정해 소비에 후회가 없다)과 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노력 (간접: 넓은 면적을 사용하지만 결국에는 매출 증대로 이루어지는 쇼룸과 직접: 인건비 절약, 간접비, 재료비 등을 위시로 하는 직접 비용 절감)을 통해 무심히 소비욕구를 건드린다.

아무리 브랜드 스토리, 사용자 관점에서 친밀도와 화목함, 따뜻함이 있더라도 가격대가 너무 높다 거나 반대로 가격만 낮을 뿐 다른 장점이 없다면 이케아는 그저 저렴한 가구 소매점이다. 하지만 이케아는 소비자 심리를 정확히 겨냥하고 가격까지 합세해 우리 마음을 흔든다.

이케아는 가구 업계 SPA(fast fashion)브랜드이다. 주거지가 불안정하고 지갑이 얇은 젊은 세대에게 저렴한 가격에 괜찮은 품질과 디자인이 나쁘지 않은 가구를 제공한다. 잦은 주거지 이동에 높은 가격대 가구나 소품은 젊은 세대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공간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개성과 성격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소품과 가구를 활용한 공간을 미리 보여주고 구성을 도와준다. 그리고 직접 가구를 고르고 소품을 선택해 집에 온다. 마지막으로 노동력을 바쳐 조립한 뒤 사용한다면 그 불편함은 가구와 소품에 대한 애정으로 변한다. 이 과정이 바로 이케아가 겨냥한 한국 가구 업체들과 소비자 사이 빈틈이 아닐까? M


이케아 디자인
국내도서
저자 : 닛케이 디자인 / 전선영역
출판 : 디자인하우스 2016.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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